나는 그림자를 부려먹었고

그림자는 나를 속여먹었다

우리 속에는 우리가 없고

우리는 우리라는 이름일 뿐

김욱진 시집, 『어느 노송의 주례 말씀』, 문학의 전당, 132쪽/ 12,000원

 김욱진은 이번 시집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적 세계와 철학적 태도를 함축하여 그만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의 시편에서의 리듬감은 단순한 요소가 아닌 유의미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그의 시에서는 깊은 성찰을 통한 사색과 감각으로 포착한 사물의 본질을 재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서 김욱진은 인간이 쌓아온 사랑의 시학을 되살리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

 이로써 김욱진 시인은 서정시가 다양한 감성, 감각의 발화를 넘어 투명하고도 아름다운 기억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 나아가는 양식임을 뚜렷하게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