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진 기도까지 들어주는 신이 있어

오늘은 살 만하다 생각한 하루였다

폭우를 동반한 바람

올라오기 전날이다

박숙경 시조집, 『심장을 두고 왔다』, 문학의 전당, 120쪽/ 12,000원

 실존이란, 사물의 본질이 아닌 그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한다. 특히 인간에게 있어 실존은 자신의 존재를 자각적으로 물으며'존재하는' 인간의 주체적 상태를 뜻한다. 박숙경 시인은 자신의 삶에 그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시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걷고 있다.

 시는 제 뜻대로 태어난 인생은 없는 곳에서 그저 미닫이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할 뿐이다. 그 과정이야말로 슬픔과 고통, 그림움을 동반하게 된다. 하지만 미닫이가 열리는 찰나만큼은 기꺼이 자신을 드러내 세상을 향한 희망과 따뜻함의 가능성을 비춘다. 이번 시조집은 그 열린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실존의 흔적이 될 것이다.